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影右/페치

[스가카게/리에카게] 페치

*커플링마다 페치가 다릅니다

*카게른 페치 시리즈입니다








1. 스가카게: 손가락



연습이 끝난 하늘이 까맣게 뒤덮였다. 그것을 수놓은 별빛이 부실의 얇은 커튼 사이로 쏟아졌다. 늦은 시간을 가르쳐 주는 하늘에서 시선을 뗐다. 모두가 떠나 홀로 남은 부실. 고요한 공기가 밤을 더욱 알려 주었다. 나는 캐비닛을 열었다. 그리고 져지를 꺼내려던 찰나,



“스가와라 씨?”



나를 부르는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손을 멈췄다. 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아이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부실로 들어오는 아이를 따라 나는 천천히 캐비닛을 닫았다.



“두고 간 거라도 있어?”

“아, 밴드가 필요해서요.”



밴드? 카게야마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부상이 적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아픈 것을 모를 정도로 둔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낯선 질문이 내 시선을 이끌었다. 그리고 닿은 곳은 아이의 손가락. 어딘가에 긁힌 것인지 피가 맺힌 손가락에 나도 모르게 낮은 한숨이 나왔고, 그 숨소리는 고요한 부실을 가득 울렸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내 한숨에 놀란 것인지 아이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졌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길이에 비해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다행인 건가. 묘한 안도감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엄청 찢어졌잖아. 세터는 손이 생명.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어디서 다쳤어?”

“아, 아까 부실 정리하다가요. 처음엔 그냥 빨갛기만 했는데 집에 갈 때 보니까 이렇게….”



카게야마의 눈동자가 작게 요동쳤다. 아마 이런 걱정이 어색한 것이겠지. 나는 아직 어리기만 한 카게야마의 모습이 좋았다. 천재 세터, 제왕님. 아이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도 나에게는 단지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티끌 없이 맑은 아이. 그리고 그와 비례되는 맑은 손. 이런 손에서 그런 날카로운 토스가 나오는 건가. 나는 조용히 아이의 손을 내 쪽으로 당겼다. 살짝 피 냄새가 나는 손가락에서 아이의 체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스가와라 씨…?”

“피가 아직도 나네. 잠깐만 기다려 봐.”



커튼 사이로 들어온 별빛이 잠시 카게야마의 눈동자에 머물렀다 빠르게 사라졌다. 나는 아이의 손가락에 짧게 입을 맞췄다. 살짝 닿았다가 떨어지는 아이의 손가락에서 옅은 피맛이 났다. 카게야마는 몸을 약하게 떨었다. 방금 뭘 한 거야? 라고 생각하겠지. 아이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항상 그대로 드러냈다. 그만큼 맑고 투명한 아이에게 정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그 회의감은 잠시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아이의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 아이의 손가락은 아이만큼이나 맑고 향기로웠다. 나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에 내 흔적을 새기기로 했다. 이 고운 손에서 나오는 천재적 재능보다, 나는 그저 아이 자체를 삼키고 싶었다.



“스가와라 씨, 자, 잠깐만….”

“응?”



나는 카게야마를 올려다보았다. 착하지. 괜찮아. 당황한 아이를 달래기 위해 나는 아무 말 없이 눈으로 속삭였다. 내 다독임을 읽은 것인지 아이의 열려 있던 입술이 다시 닫혔고, 나는 그에 대한 칭찬으로 미소를 보여 주었다. 다시 시선을 아이의 고운 손가락으로 옮겼다. 나의 흔적이 약간 남은 긴 손가락을 다시 혀로 핥으며, 나는 천천히 아이에게 다가갔다. 손가락 끝부터 사이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핥아 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의 반대쪽 손가락을 옭아맸다.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 아이의 숨소리가 어느새 질척이는 소리와 섞여 부실을 가득 메웠다.



“하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카게야마와 나의 거리는 고작 10센티 남짓. 아이의 볼은 한껏 붉어진 채였다. 나는 이미 나의 타액으로 젖어 버린 아이의 손가락을 천천히 옮아매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더 해도 될까? 아직 하나 더 남았잖아.”



망설이는 듯 작게 달싹이던 아이의 입술이 굳게 맞물렸다. 아이의 작은 끄덕임을 끝으로 나는 완전히 별빛을 등졌다.














2. 리에카게: 발목





자율 연습이 시작되고 벌써 몇 시간이 흘렀다. 선배들의 리시브 연습을 피해 도망쳐 온 곳에서, 나는 몇 시간을 붙잡혀 있었다. 누가 잡은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의지로.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땅을 박차고 가볍게 날아오른 몸이 공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얇은 발목이 작게 흔들렸다. 발이 완전히 땅에 닿을 때까지 나는 그를 지탱한 붉은빛 도는 발목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왜 카라스노의 세터, 토비오를 보고 있는 걸까.



“다 끝난 거야?”



길고 길었던 연습이 끝나고, 나는 샤워 후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와 구석에서 홀로 쉬고 있는 토비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와는 처음 대화하는 건가.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처럼 잔뜩 날이 선 눈빛을 머금은 토비오를 통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토비오는 까만 고양이 같았다. 푸른 바다 같은 눈동자와 차분하게 찰랑이는 까만 머리카락.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붉은 발목과는 전혀 다른 빛. 내가 가지지 않은 빛. 그 빛의 차이가 내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내일 나한테 토스 올려 줄래? 네 토스 엄청 쳐 보고 싶어! 진짜 굉장해!"

“아, 뭐… 어, 그래.”



토비오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나는 토비오의 붉어진 볼부터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의 몸은 고운 선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색처럼 까맣거나 파랗지 않았다. 토비오는 선명한 분홍빛의 선을 가지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더 선명해지는, 약간은 무거우면서 밝은 빛의. 시선의 끝은 토비오의 발목이었다. 붉게 튀어나온 복숭아뼈의 라인이 동그란 호선을 그렸다. 가까이서 본 그의 발목은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가늘었다. 한 손에 잡힐까.



“너는 키가 커서 좀 높게… 야, 듣고 있어?”

“아아아, 미안.”



내 신경이 온통 토비오의 가느다란 발목으로 옮겨졌다. 왜인지 그의 발목에서는 정말 이름 그대로 옅은 복숭아 향기가 날 것 같았다. 나는 토비오의 발목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잡고 싶어, 모두를 지탱하는 저 아름답고 강한 버팀목을. 닿고 싶어, 모든 연결의 시작점인 저 가늘고 단단한 라인에. 결국, 나는 억눌렀던 충동을 해소하기로 선택했다.



“토비오.”

“응?”



토비오의 시선이 내게 올려짐과 함께 내 쪽으로 틀어진 몸을 시작으로 나는 그를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잡은 것은 그의 오른쪽 발목이었다. 고된 연습으로 아직도 긴장 상태인 그의 발목 근육이 작게 두근거렸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토비오의 발목은 가늘었다. 내 손으로 감싸 쥐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동그랗게 나온 복숭아뼈를 문질렀다. 부드러우면서 맨들거리는 촉감이 꼭 그의 매끄러운 토스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당혹스러움과 황당함이 묻어난 토비오의 얼굴은 한껏 붉은색을 머금고 있었다. 파란 눈동자와 대비되는 색의 조화가 토비오와 어울렸다. 나에게는 없는 색깔을 가진 토비오는 내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고, 나는 그것을 풀고 싶었다. 요동치는 토비오의 작은 몸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가볍게 그를 누르고 내가 갈망했던 그의 발목에 입술을 묻었다. 방금 샤워를 끝내서 그런지 은은하게 퍼지는 비누 향기 너머로 토비오의 체향이 흘러나왔다. 탐스럽게 익은 복숭아뼈를 입술에 머금고 나는 내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토비오와 눈을 마주했다. 예뻐서 그래. 예뻐서 먹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 나는 그에게 눈으로 속삭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그의 발목을 내 흔적을 새겼다. 토비오의 몸은 잠잠해졌지만 작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토비오, 토비오. 이 얇은 곳에서 그런 플레이가 나온다는 게 신기해. 너는 이렇게 작고 작은데 말이야.”



나는 토비오를 내려다보았다. 가지런하게 찰랑이던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파란 눈동자가 작게 일렁였지만 그것보다 내 시선을 끄는 것은, 내 색으로 물들이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 자신의 빛을 띠고 있는 토비오의 붉어진 발목이었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그의 발목을 문지르며 허리를 숙였다. 가까워진 토비오에게서 정말로 옅은 복숭아 향기가 나는 듯했다.



“연습, 내일 나랑 해 줄 거지? 굉장한 너랑 꼭 해 보고 싶어. 여러 가지로 많이.”



나는 토비오에게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체육관에서 어렵지 않게 토비오를 만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머문 곳은 어제와 같은 장소. 어제의 일로 꽁꽁 감춰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나를 향해 있었다. 어제와 다르게 하얀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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